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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만나는 시간

"화(Anger)"를 읽고

by 공정한 분석가 (The Fair Analyst)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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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대.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흔적을 찾았다. 바로 군대생활을 할 때 작성했던 독후감이다.
군복무동안 난 국방일보의 독후감대회에 참가하여 나름.. 1등이란 실적을 거두웠다.
그 당시 행정보급관이셨던 원사께서 중대행정실로 전화해서..
"혹시 국방일보에 실렸던 독후감대회에 참가하였나?" 물으셨고,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난 1등 상품.. 그 때 당시는 꽤 핫했던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를 상품으로 받았다.
글쓰기라면 그 당시 왕성했던 다음 메일쓰기를 꽤 자주 이용했다는 것 빼고는..
나의 글쓰기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이 일을 계기로 그래도 글쓰는 게 나쁘진 않구나라는 약간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사실 GOP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나만의 전략이 글쓰기였던 것이다.
그 때의 나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나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럼 독후감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내가 화가 났을 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을 때, 그래서 내가 나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불안해할 때가 가장 힘들고, 싫다. 그래서 난 마음의 동요에서 벗어나고 안정된 심리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화'와 같은 심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들을 선호하고 가까이한다.
 불교 관련 서적을 보면, 법상스님의 '생활수행 이야기'나 '관심' 등... 서적들도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더없이 소중한 책이다. 이 책에 손이 먼저 가게 된 것도 나의 이런 생활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책들을 보면, 내가 몰랐던... 그리고 알았어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하나하나 들추어내고 각성케 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으며 깨닫는 기쁨 때문에 더욱 이 부류의 책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군인이고, 책들을 자유롭게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도 군에 와서 비로소 책에 좀 더 가까이 간 것 같다. 사회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많고, 심신이 나태해져 있었는데, 군에 들어온 후로는 이런 나의 정신상태가 나를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시간의 소중함, 나 자신의 인격수양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느끼고 깨달았다. 심신 모두가 중요하겠지만 신을 통제하는 것이 심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신력으로 몸을 고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을 것이며, 집중력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말속에서도 정신이 얼마만큼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과를 거두는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진 않다. 이 책 또한 군에서 받아 본 것이다. 진중문고로 배포된 책 중 '화'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몇 십권되는 책들 중 가장 손이 먼저 뻗힌 책이 되었다. 정훈병이라 손쉽게 책을 확보할 수 있어,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정독할 수 있었다.
 이런 부류의 책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다는 것이다. 전에 읽었기 때문에 다 알고 있고, 나의 삶 속에, 나의 마음속에 항상 녹아있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도, 나의 착각이고 무리일 수 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면서, 또한 나약한 존재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나약해서 종교에 의지하고, 회개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다시금 읽어보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을 돌이켜보고 나에 대해서 반성해보았다. 전에 책을 읽으며 깨달았던 부분은 이제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고, 그때와 사뭇 다른 깊이가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난 이런 깨달음을 얻을 때 느낌이 참 좋다. 내가 보지 못한 정신세계를 탐험해서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눈도 한 사람의 주관적인 정신세계에 의해 비친다. 그래서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는 세계는 실질적으론 똑같지만, 그것을 보고 느끼고 감지하는 사고는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만 두고 보아도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고, 아님 황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선과 악이 공존한다면 전자는 선으로 악을 포용하겠지만, 후자는 악으로써 선을 짓밟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성인이라 불리는 분을 포함하여 존경받는 사람들의 정신을 본받고 싶고, 닮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수양을 계속해야 될 듯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이 책의 저자도 대단히 수양을 거듭한 존경받을 만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설명하고, 정신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방법을 책으로 서술할 정도로 그는 세상을 통달했고 세상을 보는 눈을 통제하는 정신을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정신을 느끼고 깨닫는 것은 물질적인 삶, 시각에 의존하고 만족하는 인간들에게는 정말 보람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며, 그 정신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깨닫게 하는 것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평화롭게 하는데 미약하지만 시초가 될 수 있으며,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더 없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나 자신은 믿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화'가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시험이라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군대 내에서 행하는 정신교육 또한 깨닫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누가 더 잘나고 더 못난 거 없는 똑같은 사람이라 할 때, 세상을 살아갈 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너도 나 같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다고 할 때,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듬어 줄 수 없고 사랑하지 못하면, 세상을 사랑할 수 없고 타인 또한 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화'가 나타나게 되고 사람은 심적인 상태가 불안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 '화'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격수양 정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 '화'를 갓난아이에 비유하고 있다. 우린 '갓난아이'라 하면 흔히 약하고 보호해주어야 하며 많은 관심과 배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만큼 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귀찮게 하고, 열받게 하고, 괴롭힌다고 생각한다면, 그 '화'를 결코 잠재우지 못할 것이며, 더 큰 '화'를 양산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대한 '화'를 '갓난아이'와 같이 연민과 동정과 사랑으로 느끼고 달래주어야 한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 '화'가 어디서 나온 것이며, 내가 '화'의 근원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이미 드러난 '화'를 가지고 힘들어만 하고, 그 '화'를 풀기 위해 짜증을 내거나, 얼굴과 행동으로 표현해서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화'가 나게 했으며 그 '화'로 말미암아 나 또한 '화'가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소명이 있다면 세상을 화로 물들게 하는 것만은 절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이로운 사람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나의 정신상태를 성숙시키며 발전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화의 근원이 나 자신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는 누구나 어디서든 발할 수 있는 것이고 그 화가 남에 의한 것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는 화의 양이 줄어드느냐 늘어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개개인, 일단 나부터가 그 화를 줄어들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화를 흡수하여 기쁨으로 승화시킨다면 그만큼 보람찬 일도 없을 것이며, 그만큼 세상에 필요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화를 발하는 사람을 측은히 여기라는 부분이 있다. 화를 발하는 사람 또한 갓난아기로 받아들인다면, 그 사람을 미워하고 탓하고 업신여기기보다는 사랑으로써 대해준다면 그 또한 그 화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화를 발한다고 그 사람에게 똑같이 화로 보답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했다시피 화는 갓난아기와 같은 존재로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화를 완벽히 근절할 수 없다면 그 화가 찾아올 때 그 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는 것이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사람은 시각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약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주 흔들리고 망각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고마움을 느꼈을 때 그 고마움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그 마음을 아껴 글로 표현하라고 했다. 마음은 한이 없다. 드넓고 깊은 바다와 같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진 마음을 항시 다 드러내 놓고 파악하고 느끼며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느꼈던 순간 한없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그 감정과 느낌을 글로 표현해놓으면 이 글만큼 그때 마음을 불러내는 열쇠는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열쇠를 통해 화가 발할 때 우린 우리의 본래의 모습과 안정적인 상태로 손쉽게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나 또한 이 글이 아마 그 역할을 다하지 않을까 한다. 미움은 미움을 낳지만, 사랑은 사랑을 낳듯이 이 책에 사랑을 듬뿍 담아 나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사랑이 있는지를 새삼 느끼고 싶다. 그래서, 세상에 소금 같은 존재로 기억되고 싶다.

 군대도 사람을 변화시키지만, 책만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도 없다. 그만큼 많이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책인 것 같다. 이 넓은 세상을 다 경험하고 깨닫기는 감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게 하고, 간접적으로나마 깨달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서 얻은 깨달음만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이렇게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각오하게 한다면, 책은 그 역할 이상의 것을 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난 얽힌 인생의 한 부분, 극히 한 부분일지라도 조금은 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라는 이 책의 타이틀과 같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
난 이렇게 독후감을 다시 읽게 되었다. 세상이 변하듯, 나도 변하고 그 변화가 늘 사랑을 향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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