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를 돌아보자
나는 초등학교 때 시험에서 올백(요즘 말로 만점)도 맞아보고 중학교 연합고사(고등학교 진학 시 필요한 시험)에서 200점 만점에 192점을 맞아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보통 내신은 반에서 5~10등 정도, 모의수능은 잘 나올 땐 전교 10~20등 정도였다. 고등학교 수준은 나름 평준화치 곤 상위권이었다. 실제 수능은 모의수능 때에 비해 점수로는 30점 정도, 백분위는 10% 이상 떨어진 아쉬운 점수를 맞았다. 재수는 못했고 지방국립대에 진학했다. 등록금도 기숙사비도 저렴했다. 그렇게 학부 4년, 군대 2년을 스트레이트로 다녔고 졸업과 동시에 고시생이 되었다. 또 그렇게 4년 동안 고시생 타이틀로 살며 남은 20대를 보내버렸다. 이런 20대를 보낸 덕분에(?) 난 이제부터라도 경험과 경력을 쌓아나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렇게 난 30대를 보내고 석사 그리고 박사 타이틀을 겨우 얻게 되었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결혼과 국가기관 취업까지 이룰 수 있었다. 정리하면, 30살의 내가 몹시도 걱정되었던 40살의 내 모습은 나름 선방했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인생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30대에서 40대로 가는 험난한 39살의 9수?
난 39살에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엄청난 시련이고 고난이고 위기였다. 가장 큰 위기였던 이유는 나의 위험천만한 멘털상태였다. 주변에서, 특히 같은 부서 상사가 나에게 계속 이렇게 하면 번아웃 온다고 우려할 정도로 나는 나에게 혹독했고,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야만 비로소 약간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최선을 다한 느낌에 만족감으로 버텼던 것 같다. 이러한 업무스타일이 몸에 배어 조금만 설렁설렁하면 괜히 불안했고 성실하고 역량을 인정받는 이미지에 나를 많이 맞추려고 했다. 동시에 그러지 못한 직장동료는 본의 아니게 무시하고 비난했다. 지금 뒤돌아보면, 회사 업무에 있어 과도한 집중, 약간 흥분된 불안정한 감정상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었고 이런 나에게 새로운 직장 상사가 나타남으로써 멘털의 붕괴는 가속화되었다.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에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기간이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나 인정은커녕 은근히 무시받는 기간이 찾아왔으며 이제는 대놓고 무시받는 상황이 되자 나의 멘털은 자연회복이 불가능한 불가역적 상태가 돼버렸다. 멘털에 금이 가고 이에 따라 번아웃, 무기력증에 불안, 우울이 잇달아 찾아왔다. 자존감은 계속 낮아지고 자신감은 점점 없어지며 작은 결정도 주저주저하게 되었고 집중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따라서 업무성과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전 직장상사라면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해 주었겠지만 새로 바뀐 상사는 걱정은커녕 나를 더 힘든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그렇게 나의 이직은 급작스러우면서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졌다. 지금 와서는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지만 그때는 군대보다 더한 창살 없는 감옥 같은 느낌이었다.
경험은 값지고 미래에 큰 자산이 된다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회사를 떠나 새로 온 회사는 나의 멘털을 깔끔하게 깨뜨려주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멘털이 나갈 것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어주었다. 이직 전까지는 병원을 갈 정도까지는 아니거나 어떻게든 버틸 여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무조건 병원을 찾아가야만 했으니 말이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하면 모든 시작은 나에게 있었고 모든 끝도 나에게 달렸다. 이 모든 시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의 상태가 그러하였기 때문이고, 이러한 시련의 종결도 나의 의지와 신념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약 3년 동안의 시간 동안, 이중 1년은 극도로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나의 정신적 체질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체질개선이 진행 중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이직 이전과 이후의 나는 이제까지 내 삶의 가장 큰 정신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전에는 외부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정말 중요했고 그것이 나의 학위가 되었든 직장이 어디냐가 나를 증명해 보이는 간판이라 생각해서 그것에 목을 매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재직 중인 직장이나 학위가 나를 대표할 수 없고 대신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이고 내가 나 다울 때 가장 기분 좋은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의 소중한 경험들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여러 번 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따지고 되묻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난 13년동안 흡연자였으나 금연에 성공한지 11년이 된 사람이고, 10년 이상 담배(성분) 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담배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에 담배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현재 국가기관 소속도 아니고, 전자담배 판매 사업자도 아니다. 어떤 이해관계가 없는 중립 된 입장에서 과학자적 양심에 따라 전문적 수준의 내용까지 알기 쉽게 전달한다면 흡연자들이 바르게 담배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래서 가칭 '바른 담배연구소'라는 타이틀을 구상해보았다. 담배는 소비자의 선택이기에 그 선택이 올바르다면 흡연자의 삶도, 흡연자와 같이 사는 비흡연자의 삶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오늘도 고민하며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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