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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상에..나

출근길 차 안에서 논문 전략을 세우다: AI와 함께한 40분의 브레인스토밍

by 공정한 분석가 (The Fair Analyst) 2026.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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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45분 출근길. 나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Gemini를 켰다. 주식 시황부터 시작해서 논문 투고 전략, 거기서 갑자기 전 직장 협력 제안까지 — 40분짜리 차 안 대화가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은 그 대화를 블로그로 옮겨본다.


나는 매일 출근길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차 안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래서 요즘 Gemini와 대화를 녹음하고, 퇴근 후 Claude로 글을 정리한다. 생각을 말로 뱉고, AI가 받아치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구체화된다. 이날도 그랬다.

 

 

 

나는 오늘도 내일의 출근길을 기대한다 by NotebookLM


방산주와 시장 흐름 — 하루를 여는 뉴스 브리핑

 


대화는 주식 이야기로 시작됐다. 간밤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했고,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이 긴축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요약이 먼저 나왔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루마니아 K9 자주포 대규모 수주 소식, LIG넥스원의 드론·방공 시스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방산주 강세 흐름을 확인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방산업종이 주목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다. 개별 종목 분석보다는 '어떤 섹터에 지금 돈이 몰리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용도로 AI 브리핑을 활용하는 것, 나름대로 유용하다고 느꼈다.

 

출근길 40분, 음성대화로 아이디어 구체화 by NotebookLM


오각형에서 육각형으로 — 10년 만에 다시 꺼낸 논문 카드

 


주식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나는 주제를 틀었다. 요즘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SCI 논문 투고 계획 이야기다. 목표 저널은 Analytica Chimica Acta. 분석화학 분야에서 상당히 권위 있는 저널이고, 나는 10년도 넘은 시절 이 저널에 논문을 낸 경험이 있다.


이번에 투고하려는 주제는 알데하이드류 분석을 위한 새로운 유도체화 방법 개발이다. 내가 박사 논문에서 다룬 잔트히드롤(xanthydrol) 기반 유도체화 — 아마이드 계열 물질에 반응하여 물이 빠져나가면서 GC-MS 분석에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방법 — 와 맥락이 닿아 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오각형 고리(thiazolidinium 계열)를 넘어서 육각형 고리 구조를 형성하는 새로운 유도체화 반응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왜 육각형인가? 물리화학적으로, 육각형 고리는 결합 각도가 가장 안정적인 구조다. 오각형보다 생성물의 안정성이 높고, 반응이 빠르며, 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분석 결과의 신뢰성도 높아진다. 이 구조적 우위를 Novelty로 강조하는 것이 내 전략이다. 유사한 방법이 1980년대 논문 이후 50년 가까이 새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논문의 참신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Analytica Chimica Acta가 요구하는 것은 기존 분석법 대비 현저한 개선, 독창성, 충분한 통계적 근거, 그리고 Graphical Abstract의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다. Graphical Abstract는 어셉트 이후가 아니라 제출 단계부터 중요하다는 AI의 지적이 뼈를 때렸다. 심사위원이 그림 한 장으로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학실험 과학자 by ChatGPT


사사(謝辭)가 연결고리가 되다 — 전 직장에 제안서를 써야 하는 이유

 


논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사(Acknowledgement) 문제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내가 질병관리청에 재직하던 시절, 흡연폐해 예방 사업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실험이 기반이다. 6년 가까이 묵혀 있던 데이터인 만큼, 투고 전 전 직장 담당 부서에 연락해서 과제 번호와 사사 문구를 확인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각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연락하는 김에 공동 연구를 제안해볼 수 있지 않을까? 흡연폐해예방 시험실은 ISO 17025 국제 공인 시험 기관으로 인증된 곳이다. 스모킹 머신을 비롯한 고가의 분석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국민 세금으로 세팅된 그 장비들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나는 그 시험실에서 기술 책임자로 5년 이상 근무했고, 그 덕분에 KOLAS 평가사 자격도 취득했다. 내부를 잘 안다.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데이터가 생산 가능한지도 알고 있다. 외부 전문가로서 협력 제안을 드릴 수 있는 위치다.

 


신종 담배 알데하이드 프로파일링 — 연구의 그림을 그리다

 


차 안에서 구상한 공동 연구의 그림은 두 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신종 담배에서 방출되는 알데하이드류 분석이다.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기존에 미처 프로파일링하지 못한 알데하이드 성분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물질들을 새롭게 개발한 육각형 고리 유도체화 방법으로 분석한다.


두 번째 축은 생체 시료 분석이다. 소변이나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담배 관련 알데하이드 대사체를 바이오마커로 규명하고, 이를 질병 예측 지표와 연결하는 연구다. 이 두 카테고리가 결국 내가 개발한 유도체화 방법의 응용 범위를 증명하면서 논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협력 형태는 초빙 연구원 또는 겸임 연구원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프리랜서 및 1인 창업과 병행 가능한 구조여야 하고, 계약은 2~3년 단위로 성과에 따른 연장 조건이 이상적이다. 연봉보다는 공식 신분이 더 중요하다 — 실험 기획을 책임지는 연구 책임자 역할을 맡으려면, 그에 걸맞은 직위 명칭이 있어야 한다. 보조 연구원 1명에 대한 인력 지원도 제안서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생각의 씨앗 발아 3단계 by NotebookLM


출근길이 기획서가 되는 시대

 


40분짜리 차 안 대화에서 나온 것들을 정리해 보면, 주식 시황 정리, SCI 논문 투고 전략 수립, 유도체화 방법의 Novelty 논리 구체화, 공동 연구 제안서 초안 방향 설계까지 나왔다. AI가 없었다면 혼자 머릿속에 맴돌다 사라졌을 생각들이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실험 데이터는 내가 만들어야 하고, 제안서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것도 나다. 하지만 생각의 씨앗을 빠르게 발아시키는 데 있어서, 지금 AI는 꽤 유능한 대화 상대다. 나는 오늘도 내일 출근길을 기대한다. 차 안에서 또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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